개·폐막작
개막작 Opening Film
영화제의 꽃은 프로그램이다. 개막작은 영화제의 꽃 중의 꽃이다. 그 해 영화제의 얼굴이기도 하며 슬로건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개막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영화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갈 것인가, 그 의지와 태도를 내비치는 것일 수 있다.

2019 충북무예액션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생존의 역사: 보카토어>를 선택한 것은 나름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는 현재로서는 이미 멸한 캄보디아의 전통 무술 ‘보카토어’를 재발굴, 복원하는 과정을 그리는 다큐멘터리이다. 잃어버린 전설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셈인데 이런 작업과 노고야말로 무예액션영화제가 자처해서 실천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주저 없이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액션 영화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렇다 하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제가 걸맞게 내세울 만한 작품이 양산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고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예 액션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무예’와 ‘액션’에 치중하느라 스토리 라인이나 극적 완성도를 자칫 간과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무예 영화제나 액션 영화제가 진작에 별도로 만들어져 진행되지 않았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새로운 경향성을 보이는 작품들, 영화 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이 시시각각 나오기 힘든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충북무예액션영화제의 당위적 사명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존의 역사: 보카토어>를 시작으로 충북무예액션영화제는 새로운 무예 영화, 새로운 액션 영화를 발굴하는데, 더 나아가 만들고 보급하는 데 힘쓸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천리 길은 한 걸음부터 떼기 시작해야 하는 만큼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많은 영화인들과 많은 무예인들, 많은 스턴트 예술인들의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그 합심에 대한 원(願)을 이번 개막작 <생존의 역사: 보카토어>에 담았음을 알리는 바이다.
생존의 역사 : 보카토어
다큐멘터리 : 액션의 기록
생존의 역사 : 보카토어
Surviving Bokator
감독마크 복슐러
Mark Bochsler
  • canada
  • 2018
  • 97min
  • Color
  • 장편
  • Documentary
캄보디아의 전통무술, 보카토어의 대가이자 크메르 루즈 대학살의 생존자인 션 킴 산 (Sean Kim San)을 5년 동안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1970년대에 크메르 루즈에 의해 자행되었던 인종말살로 인해 캄보디아의 전통무술인 보카토어는 멸종에 이른다.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 마크 복슐러는 거의 사라진 보카토어를 부활하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하는 션 킴 산과 그의 제자들의 고군분투를 카메라에 담아 한편의 연대기를 완성했다. 이들에게 있어 보카토어는 세대를 있는 유산이자 캄보디아인들의 비극을 증언해줄 문화적 정체성 그 자체다. ‘생존의 역사: 보카토어’는 소멸돼서는 안될 소중한 유산을 인식시키는 귀중한 기록이기도, 비극의 역사를 극복해가는 인류적 의무를 보여주는 사명록(使命錄)이기도 하다.
폐막작 Closing Film
홍콩의 새 영화 <구룡불패>를 폐막작으로 선정한 데에는 순전히 프룻 챈이라는 이름이 작동한 것이 사실이다. 그는 1997년 <메이드 인 홍콩>이라는 작품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작가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1997년은 홍콩이 145년 만에 영국령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해였고 프룻 챈의 영화는 그 불안감을 20세 청년의 좌충우돌하는 삶을 통해 육화(肉化)된 방식으로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룻 챈은 벌써 30여 편의 작품을 만든 중견 감독으로 변모했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인생 초반기 만큼 도발적이지는 않지만 완숙한 연출력으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구룡불패>는 프룻 챈의 시도하는 본격적인 액션 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 왔다는 점에서 2019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쩌면 프룻 챈이라는 작가가 중국이 만든 거대한 영화산업의 주류권 안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일 수 있는바, 그 흐름을 감독 자신이 어떻게 소화해 내고 있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구룡은 홍콩의 올드 타운이다. 홍콩의 옛 정서가 여기에 다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매우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구룡불패
월드액션
구룡불패
The Invincible Dragon
감독프룻 챈
Fruit Chan
  • Hongkong, China
  • 2019
  • 100min
  • Color
  • 장편
  • Ficition
홍콩 경찰 구룡은 충동적이고 편집광적인 성격 탓에 늘 트러블 메이커이지만 사건 해결만큼은 민완 형사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도 난항인 사건에 부딪히는데 여경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을 두고 단 하나의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결국 구룡은 여경인 자신의 연인마저 실종되자 점점 더 광적으로 변해 간다. 그러던 차 결국 연쇄살인범과 마주하게 되고 피할 수 없는 대결에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 구룡 역은 배우 장진이 맡았으며 격투기 스타 앤더슨 실바가 악역으로 나와 시선을 모은다. 종합무술 액션의 진수가 펼쳐진다. 홍콩 누아르의 변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997년 홍콩 반환의 시기에 영화를 시작한 프룻 챈 감독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 홍콩 편입이 정착화된 만큼 그 자신도 어떻게 대륙화, 주류화 됐는 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